여기와 저기, 남자와 여자, 시인과 대상처럼 대칭되는 지점에 놓인 존재들이 서로 몸을 섞으며 배치를 바꾸는 최규승 특유의 ‘시 직조’는 『처럼처럼』에 이르러 더욱 조밀해졌다. 이 시집에서 최규승은 대칭과 순환을 통해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언어와 의미, 언어와 언어의 ‘사이’를 짚어내며 시의 프랙털을 자아내고 있다. 퍼즐처럼―“시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최규승은 시에서 대칭 구도를 자주 이용한다. 통념과 달리 오른쪽부터 읽게 씌어진 「이상한상이」에서, 의미가 도출되는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익숙한 왼쪽(보이지 않는 축)부터 읽어야 한다는 관성이 충돌하면서 독자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최규승이 주목하는 것은 이런 충돌에서 벌어지는 틈, 언어의 ‘사이’다. 다본라바미러끄물를나은인시의속울거 이없도임직움히용조도무너 다진만를귀은인시속울거 ―「이상한상이」 부분 최규승의 대칭은 바로 맞은편, 정반대의 것을 되비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운데 축(사이)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펼쳐지는 시 「은유」는 거울과 거울이 맞비추듯 다방향으로 서로를 무한히 반사하고 새로운 차원, 거울 속의 길을 열며 “읊조림”들을 ‘나’로 수렴한다. 전위의 읊조림 읊조림의 전위 이것의 부재 부재의 이것 나의 너 너의 나 나의 나 나의 나 나의 나 나 의 나 의 ㅇ ㅡ ㅣ ―「은유」 부분 또한 “물빛이다” [……] “내일은 다시 물빛이다”(「하루」), “여자는 나무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 [……] “나무는 여자의 그림자를 안고 있다”(「왈츠」)같이 첫 행에서 시작한 문장을 마지막 행에서 변용해 닫는 구조도 빈번히 등장한다. 수미상관이나 대칭을 활용한 시는 흔히 놀이 혹은 게임에 비유되곤 하지만 시집 전반을 아우르는 고요한 장악력 덕에 최규승의 시는 놀이나 게임보다 용의주도하게 구획해놓은 ‘퍼즐’에 더 가까워 보인다. 힌트처럼―“사이와 사이를 가득 채운 사이”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마치 사실인 듯 피처럼 붉은 물을 뚝뚝 흘리며 온몸에 전구 같은 심장을 수없이 달고 박동 소리로 말한다 마치 기계처럼, 쇳소리 같은, 소리를 내며 냉정한 여자인 듯, 처럼에게 끝까지 다가가려는 처럼처럼 그러나 처럼이 되지 못하는 처럼처럼 같은에 한 발 물러선 같은 같은 그래도 같은이 되지 못하는 같은 같은 인 듯은 인 듯에 붙어서 인 듯인 듯 어쩌면 인 듯인 듯이 아닌 듯 처럼도 아닌 것처럼 같은도 아닌 것 같은 인 듯도 아닌 듯인 듯 그녀는 수평선을 허리에 두르고 붉은 물을 뚝뚝 흘린다 온몸에 반짝이는 심장을 달고 심장박동으로 말한다 냉정하게 ―「처럼처럼」 전문 최규승 시집 『처럼처럼』.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언어가 실재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다른 언어의 세계를 낳는다. 지시하지 못하는 언어를 통해 다른 삶의 감각을 전달한다. 문학과 지성사 164쪽 8천원. KNS 뉴스통신 www.kns.tv | ||||||
Friday, April 26, 2013
[신작소개] 최규승 시인의 두번째 시집 '처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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